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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왜 아직도 ‘근본’으로 남았을까?

2026. 2. 27.

레고를 떠올리면 보통 먼저 색깔, 조립, 추억 같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레고를 브랜드 관점에서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집에 오래된 블록과 새 블록이 섞여 있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 이 익숙한 감각은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된 기준에서 나옵니다.

레고는 처음부터 장난감 회사로 출발한 것도 아니었고, 한 번에 완성된 제품을 만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덴마크의 작은 목공 작업장에서 시작해, 재료를 바꾸고 공정을 바꾸고 위기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한 가지 원칙만은 끝까지 붙들고 갔습니다. 레고 그룹은 공식 역사에서 1932년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회사를 세웠고, 오늘날의 블록 구조는 1958년에 완성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레터는 레고의 역사를 통해, 요즘 사람들이 왜 ‘새로운 것’보다 ‘설명되는 기준’을 가진 브랜드에 더 반응하는지 그 흐름을 읽어보려는 이야기입니다.


레고가 만든 건 장난감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레고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역사 기준으로 레고는 1932년, 덴마크 빌룬에서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작업장에서 출발합니다. 처음부터 블록만 만든 것도 아니고, 나무 장난감과 생활용품을 함께 만들던 작은 제조업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출발점보다 선택의 방향입니다. 레고는 초기에 이미 “잘 팔리는 물건”보다 “오래 남는 품질”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공식 레고 역사에는 건조된 너도밤나무를 쓰고, 여러 번 마감 코팅을 하며, 공정 전반에서 품질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들이 코팅 횟수를 줄여 비용을 아끼려 했을 때 다시 가져와 제대로 마감하라고 했던 일화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대목이 브랜드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레고는 초반부터 소비자에게 “재밌는 장난감” 이전에 “믿을 수 있는 만듦새”를 심으려 했습니다. 보통 많은 브랜드가 성장 초기에는 속도와 판매를 먼저 택하는데, 레고는 반대로 기준을 먼저 고정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나중에 플라스틱으로 재료가 바뀌고, 제품군이 커지고, 글로벌로 확장된 뒤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결국 레고의 경쟁력은 블록 모양보다 먼저, “이 회사는 무엇을 쉽게 타협하지 않는가”를 일관되게 보여준 데서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위기 때마다 바꾼 건 방식이었고, 안 바꾼 건 품질이었다

레고 역사를 보면 “불황, 전쟁, 화재” 같은 변수들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실제로 공식 역사에는 전쟁 시기 수요 변화와 1942년 공장 화재로 큰 타격을 입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레고가 흥미로운 이유는 위기 대응 방식입니다.

레고는 위기 때마다 제품 재료나 생산 방식은 바꿨지만, 품질 기준 자체는 오히려 더 강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전환도 내부에서 모두가 환영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40년대 후반 플라스틱 사출 설비를 들이고 플라스틱 브릭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창업자 아들들조차 플라스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레고는 이 전환을 밀고 갔고, 1949년 초기 플라스틱 브릭을 내놓은 뒤 여러 해의 개선을 거쳐 1958년 지금의 블록 구조에 가까운 형태를 완성합니다.

레고는 “우리가 원래 하던 방식”을 지키려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지키려던 기준”을 지키려 했습니다. 재료는 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고, 이후에는 원재료와 정밀도 기준도 계속 개선됐습니다. 공식 역사에는 1960년대에 더 안정적인 재료를 도입하고 정밀도를 높이며 품질 관리 조직을 강화한 흐름도 나옵니다. 즉, 레고가 붙잡은 건 과거 방식이 아니라 품질 기준의 연속성이었습니다.

이 지점은 지금 브랜드 운영에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요즘 시장은 채널도 빨리 바뀌고, 포맷도 금방 바뀝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무엇을 바꾸느냐”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사실 더 중요한 건 “무엇은 안 바꿀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일입니다. 레고는 그 답을 아주 오래전에 정해둔 브랜드였습니다.


레고가 설계한 건 블록이 아니라 ‘시간의 호환성’이다

레고 사례에서 가장 강력한 장면은 사실 기술보다 철학에 가깝습니다. 레고는 1950년대 중반부터 이미 ‘놀이의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세웠고, 공식 역사 문서에서도 “예전에 산 블록이 미래에 산 블록과도 맞아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이 원칙은 이후 1958년의 스터드-튜브 구조(돌기와 튜브 결합 원리)와 만나면서 제품 완성도로 이어졌습니다. 레고는 이 구조가 결합력과 안정성을 만들고, 조합 가능성을 크게 확장했다고 공식적으로 설명합니다.

결국 레고의 경쟁력은 “새로운 시리즈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수록 기존 고객이 가진 블록의 가치까지 같이 올라가게 만든 구조에 있었습니다. 이건 마케팅 관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힌트입니다. 많은 브랜드가 신제품, 신캠페인, 신포맷을 계속 만들지만, 이전 경험과 연결되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 적응해야 합니다. 반대로 레고처럼 구조가 이어지는 브랜드는 고객이 시간을 쓸수록 더 익숙해지고, 더 쉽게 돌아오고, 더 많이 쌓게 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근본’을 찾는 흐름도 비슷합니다. 단순히 오래됐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기준이 설명되는 브랜드를 찾는 겁니다. 레고는 이 지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창업기부터 강조한 품질 기준, 시스템 중심 사고, 그리고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호환성까지, 각각 따로 보면 제품 이야기 같지만 합치면 결국 하나의 브랜드 설계가 됩니다.

Editor.

레고 이야기를 지금 다시 보게 되는 이유는 단순한 추억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장에 새로움이 넘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빨리 판단합니다. 이 브랜드가 지금 반짝하는지, 아니면 오래 쌓아도 되는지. 레고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질문에 같은 방식으로 답해온 브랜드입니다.

확장보다 기준을 먼저 만들고, 변화보다 연결을 먼저 설계하고, 새로움보다 오래 남을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레고의 블록은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브랜드 관점에서는 ‘신뢰가 어떻게 설계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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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창업 초기의 품질 기준, 위기 속에서도 유지한 원칙, 그리고 과거와 미래 블록이 함께 맞물리게 만든 시스템 사고가 레고를 ‘근본’으로 남게 만들었습니다.